온 우주의 섭리는 삼라만상들에게 봄이 되면 씨앗을 뿌리게 하고, 여름이 되면 자라게 하고, 지음(음력 6월)이 되면 변화하게 하고, 가을이 되면 거두어들이게 하고, 겨울에는 저장하게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간들의 삶에서도 인연 생기에 의해 끊임없는 생주이멸을 거듭하고 있다.
내가 있기에 나의 자손이 있듯이, 우리의 부모가 있기에 내가 있으며, 또 그 부모를 낳아 주신 조상님이 있기에 우리의 부모가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생사의 윤회 고리를 한 나무에 비유하여 보면,
뿌리가 있으니 나무의 줄기가 있으며, 줄기가 있기에 잎이 달리며 열매가 맺히는 것같이, 뿌리는 우리의 조상님이며, 뿌리로부터 영양을 받으며 뻗어 나오는 줄기는 우리의 부모님이며, 그 줄기에서 뿌리의 영양을 전달받아 성장하는 잎은 우리의 모습이며, 잎의 작용에 의하여 결실을 맺는 꽃과 열매는 우리의 자손이라 할 때에, 눈에 보이는 나무만을 보고 흙속에 파묻힌 뿌리를 부정한다면 결국 우리의 존재조차 부정하는 것이 아닐는지!
부처님께서 부모님의 은혜에 대하여 말씀하시기를,
어떤 사람이 왼쪽 어깨에다 아버지를 업고, 또 오른쪽 어깨에는 어머니를 업고 자신의 피부가 다 닳아서 뼈가 비치고, 그 뼈가 다 닳아서 골수에까지 이르도록 수미산을 백천번이나 돌더라도 오히려 부모님의 깊은 은혜는 갚을 수 없다고 하셨다.
이같이 자식에 대한 부모의 은혜는 가히 헤아릴 수 없다고 했듯이, 우리 또한 부모가 되어 자식에 대한 사랑을 베풀면서 정작 우리의 부모에 대한 마음은 헤아리지를 못한다.
예전의 우리 선조들께서는 선망 조상님들에 대한 예후가 동서고금을 통하여 가장 뛰어났었다.
부모가 돌아가시면 그 애통함을 3년 동안의 시묘살이로 달래었고, 자신들의 생계가 어려울지라도 매년 행하는 기제나 각 명절 차례를 지내는데는 물질을 아까워하지 않았으며, 그 때에 임하는 마음가짐 또한 생존해 계시는 부모님 대하듯 하였으며, 자신들의 모든 생활에 깃들어 있는 행운들을 모두 조상님의 은덕이라 여기며 감사하였다.
그래서 형편에 따라 조상님을 위하여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재를 여러 가지 형태로 행하였으며, 영령들을 위로하는 위령비를 비롯하여 석물을 세웠으며, 안장할 때 또한 양지바른 좋은 터를 골라 묘를 세웠다.
조상님의 묘터가 좋아야 그 후광으로 후손 대대로 모든 일들이 잘된다는 그 신앙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나, 우리는 어떤 일을 하다 잘 되어 가면 우리가 잘난 때문이고, 혹시 잘 풀리지 않으면 조상 탓이라 돌려버린다.
부모가 된 우리가 자식의 일거수 일투족을 안타까이 바라보듯이 살아 계신 부모님이나 돌아가신 영령들께서도 우리의 편안한 삶을 걱정하신다는 것을 때로 잊어버리는 것이다.
우리 모두 숨을 쉬며 살고 있기에 어느 누구도 사후의 세계를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죽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주장하며, 조상님을 위한 후손의 도리를 외면한다면, 왜 우리는 매년 일정 기일에 갖가지 음식을 장만하며 재를 올리는 것이며, 왜 우리는 육신은 이미 썩어 흙이 되어 버렸을 작은 흙더미 앞에서 절을 하며, 왜 우리는 생을 마친 사람에게 양지바른 터를 골라 거창한 장례 절차를 치르며 그 위에 나름대로 웅장한 석물을 세우는 것인가?
비록 몸은 형체를 벗어 던졌지만 그 영은 항상 우리 주변에서 우리를 지켜 주신다는 것을 믿기 때문은 아닐까?
그 영을 믿지 않는다면 구태여 매년 기일에 제사상을 차려 놓고 생전과 같이 식사하시라는 행위 자체가 우습지 않겠는가!
그리고 묘자리의 후광을 바란다면 우리는 돌아가신 영령들의 모습을 생각하여 보았는가?
각자의 생전의 업연에 의하여 사후에서 고통받는 모습을.
가끔 영과의 전달이 깊은 사람은 조상님의 사후 세계를 꿈에 선몽받곤 한다.
우리가 죽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당장 우리의 쾌락을 위하여 소비할 여유는 있어도 그 영령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재를 올리는데는 인색한 우리의 모습에 그 영령들은 지금 이 시간도 우리에게 호소하고 계신다.
서로 가는 길이 다르기에 전달되지 않을 뿐, 소리 없는 외침을 끊임없이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부모가 된 우리의 몸과 마음이 편하여야 자식들에게 세세하게 잘 보살피듯이, 우리의 조상님들 또한 당신들의 편안한 사후가 되어야 후손들에게 좋은 은덕을 비추게 되는 것이다.
살아 있는 우리에게 나타나는 모든 되풀이되는 재난들이나 질병의 고통들은 곧 우리의 선망 조상님들의 아픔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질병이나 갖가지 액난에서 고통받는 이들에게 말한다.
당장의 자신에게 떨어진 문제에 급급해 하거나 내 자식의 앞날을 위해 잘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기 전에, 먼저 살아 계신 부모님이나 선망 조상님들에 대해 나의 몸과 마음을 바치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한 그릇의 청수라도 정성껏 올려 그분들이 끊임없는 생사의 윤회고에서 해탈되어 극락 왕생하시기를 먼저 기도하라고 한다.
내 자식의 생일잔치를 위해 쓰는 돈은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조상님을 위한 나물 한가지 과일 하나에 인색해 하는 우리의 모습을 스스로 돌이켜볼 때, 자식의 앞날을 잘 되게 해 달라는 바램은 과연 누구에게 하는 바램이란 말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