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만물들이 속해있는 이 우주의 어떤 일정한 법칙은 하늘과 땅 사이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시(四時)를만들고, 사시는 그 때에 맞추어 풍(風, 바람), 서(暑, 더위), 화(火, 화기), 습(濕, 습기), 조(燥, 건조), 한(寒, 차가움)의 육기(六氣)를 만들어 만물을 나게 하고 자라게 하고 변화하게 하고 거두어들이게 하고 저장하게 하는 생장화수장(生長化收藏)을 이루고 있습니다.
우주 만물 중에서 티끌과 같이 극히 작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우리 인간 또한 그 자연의 혜택을 누리면서 생로병사(生老病死), 즉 태어나서 자라고 늙어가며 병들어 죽는 것임을 그 누구도 부정하지도 거역할 수도 없는 절대불변의 법칙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자연 속의 육기가 우리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환경조건이면서도 때로는 인간의 육신을 병들게 하여 고통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성인께서 말씀하시기를 “허사적풍(虛邪賊風)을 피함에 때를 두고, 명리를 탐내는 마음이 없이 담박하면 몸의 진기(眞氣)가 순조롭게 되고 정신이 안으로 지켜지게 되리니 병이 어디를 쫓아오리요”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되새겨보면, 우리가 때에 맞추어 육기에 적응하는 지혜가 부족하고 명예와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수시로 변화되는 칠정을 고요하게 다스리지 못하게 되고, 이로 인하여 몸의 진기가 문란하여진 틈을 타서 침투하는 모든 사기를 저항할 항병 능력이 없으므로 해서 질병이 발생되는 것이다 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인체에 질병이 발생되는 병인에 대하여 고대의 문헌에서는 “내인”“외인”“불내외인”의 세 종류로 나누고 있습니다.
풍(風), 한(寒), 서(暑), 습(濕), 조(燥), 화(火) 6종류의 병사를 총칭하는 육음(六淫)을 외인(外因)이라 하는데 이는 육기(六氣)가 지나치거나 부족하거나 혹은 제철이 아닐 때 나타나서 질병을 유발시키는 병사로서, 밖으로 느낄 수 있는 병에 속하는 일련의 요인들을 말합니다.
육음은 기후 변화에 따른 인체의 반응성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각종 병원체의 번식을 조장시키는 등 일부 유행성병과 전염병의 병인이 포괄됩니다.
이와 같은 육음의 번식은 주로 입과 코 혹은 피부에서부터 인체로 침입하는데, 봄에는 풍병(風病)이 많고 여름에는 더위병(暑病) 가을에는 건조한 병(燥病) 겨울에는 한병(寒病)이 많이 나타나는 등 뚜렷한 계절성이 있습니다.
이외에 칠정의 지나침을 내인(內因)이라 하며, 외상과 같이 외부로부터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발병요인을 불내외인(不內外因)이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