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구회근 판사는 24일 한화그룹 고문으로 있으면서 경찰을 상대로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수사 무마를 위한 청탁을 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기소된 최기문 전 경찰청장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구 판사는 다만 피고인이 무죄를 주장하고 있고 항소가 예상된다며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구 판사는 "돈과 권력을 동원해 사건을 은폐 축소하려 한 데 적극 가담했다는 점에서 엄중한 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구 판사는 "명시적으로 수사 중단 등의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그런 취지로 장 전 서장에게 부탁한 것으로 이해되고 수사를 방해했다고 보지 않을 수 없으며 광역수사대가 수사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김학배 서울경찰청 수사과장에게 전화해 남대문서로 사건의 이첩을 부탁한 것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구 판사는 또 "피고인이 오랫동안 경찰관으로 재직하고 경찰청장을 역임해 국가와 사회에 봉사한 것이 인정되지만 청장을 역임해 비리와 부조리를 앞장서서 척결해야 하는 입장에서 한화 측의 사건 은폐ㆍ축소 부탁을 단호히 거절하지 않고 적극 가담해 엄중히 처벌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최 전 청장은 지난해 3월12일 장희곤 당시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에게 전화해 보복 폭행 사건 수사를 중단시키고, 같은달 28일 사건이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남대문서로 이첩되는 과정에서 청탁을 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모두 유죄가 인정됐다.
구 판사는 또 최 전 청장의 로비를 받아 보복폭행 사건 수사를 중단시키고, 언론에 이 사건이 보도되기까지 수사를 벌이지 않은 혐의(직권 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직무유기)로 기소된 장희곤 전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에 대해서도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구 판사는 수사 진행을 하지 않은 혐의(직권남용)로 기소된 강대원 전 남대문경찰서 수사과장에 대해서는 징역10월을 선고했다.
구 판사는 두 명 모두 "무죄를 다투고 있고, 항소심에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법정구속을 하지 않았다.
구 판사는 장 전 서장 등에 대해 "이 사건은 경찰 조직의 존재 이유를 무색케 해 돈으로 경찰 권력이 돈으로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며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구 판사는 다만 "이 사건이 광역수사대에서 남대문서로 이첩된 과정에서 정당하지 못한 로비가 개입했고, 따라서 서울청 간부들의 잘못이 큰데도 그 간부들은 기소가 안됐다"며 "이같은 사정도 일부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장 전 서장은 3월12일 보복폭행 사건 현장에 출두한 경찰관들을 철수시켜 수사 진행을 못하게 하고, 같은달 28일 사건이 남대문서로 이첩된 뒤 다음달 24일 사건이 언론에 보도될 때까지 수사 진행을 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으며 두 혐의 모두 유죄가 인정됐다.
